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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은 살아있다(2020년)

개들에게 17살은 아프기 시작하는 나이.

개 나이 17살. 사람 나이로 대략 88살이라고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다들 괜찮았는데 17살이 되니 공주와 금순이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게 바로 보입니다. 공주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 현재는 잘 걷지도 못하고 걷더라고 뱅글뱅글 돌기만 하고 하루 종일 잘 때 빼고는 끙끙거리며 신음 소리만 내고 맘에 안 드는 게 있거나 자기 몸이 마음대로 안되면 짖기 일쑤네요. 공주도 힘들고 저도 힘들고 거기에 그걸 보는 금순이와 짱구도 힘듭니다.

 

공주가 짖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긴장을 하는 금순이와 짱구. 금순이는 그나마 이제 익숙해졌는지 신경을 안 쓰기는 하는데 피곤한 표정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공주에게 신경을 많이 쓰던 지난주에 금순이가 갑자기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공주 때문에 긴장을 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횟수와 지속 시간이 보통 때와는 다르게 길더라고요. 뒷다리도 약간 저는 것 같아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피검사상으론 아무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와 한순 돌리던 찰나 수의사 선생님께서 금순이의 허리를 만져보시더니 허리 쪽이 안 좋아 뒷다리를 저는 거고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십니다. 일단은 약을 먹으면서 2주간 지켜보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치료를 해보자고 하시는데 나이가 많이 치료가 잘 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하시네요. 아무래도 나이 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다가 이빨도 상태가 안 좋다고 하셔서 스케일링을 받으려고 했으나 금순이가 노령견이라 전신 마취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상태가 더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을 때 하자고 하시네요. 매일매일 양치질해주고 있는데 왜 이빨도 안 좋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금순이는 저희 집 개들 중에서 이빨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는데 저만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와 약을 주려니 또 엄청나게 반항을 하며 먹으려 들지 않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억지로 먹입니다. 많이 걸으면 안 좋다고 하셔서 케이지에 넣으려고 하니 그것도 싫어합니다. 억지로 케이지에 넣어 긴장감을 높이는 것보다 편하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케이지에서 빼놓습니다.  

 

 

병원 갔다 와서 표정이 매우 안 좋고 우울한 상태의 금순 양입니다. 올해 와이프와 제가 날삼재라 그런지 아주 안 좋은 일들만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17살이라는 공주와 금순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또 그냥 올게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던 금순이 마저 공주처럼 17살이라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이렇게 아파버리다니.. 개들에게 17살이라는 나이는 아프기 시작하는 나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참,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저도 요즘 예전과 같지 않은 몸상태 때문에 걱정이 살짝 들었는데 저도 개들도 지금부터라도 아프지 않게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항상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파이팅!! 해야겠습니다.

 

우울한 얘기로 마무리를 할 순 없습니다. 다 잘될 거야!!!

몸은 아파도 맛있는 건 안 먹을 순 없지!!!  

 

어디서 자꾸 맛있는 냄새가..

 

병원 갔다 왔다고 맛있는거 주려고?

 

아.. 아닌가...

 

오랜만에 메추리알 장조림을 하기 위해 메추리알을 삶아 껍질을 까고 있는데 소리 소문도 없이 어느 순가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금순이의 모습입니다. 적극적인 금순이의 모습에 너무 많이 주면 안 되고 껍질 까기에 실패한 다섯 알을 줍니다. 금순이 덕분에 짱구까지.. 메추리알을 먹더니 표정이 밝아집니다.ㅎㅎ

 

그나저나 메추리알 껍질 까기는 너무 힘듭니다. 쉽게 하는 방법을 찾아 해 봐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네요.

뭐, 그 덕분에 금순이는 행복했으니... 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