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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기&낙서장

이사간다는 쪽지와 함께 버려진 강아지

갑자기 멀리 이사를 가게 되서요. 집도 잘보고 영리합니다.
예방접종까지 다했습니다. 잘 키우세요. 이름은 XX에요.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동생이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밖에서 밥을 먹고 다시 친구네 집에 왔는데, 현관문에 강아지 한 마리가 묶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근처에 사는 분이 산책 나왔다가 급한 일이 생겨 잠시 묵어 두고 간게 아닐까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강아지 목줄에 쪽지 한장이 있었다고...

쪽지를 살펴보니 이사를 가게 돼서 못키운다고 잘 키워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하네요. 

처음 겪는 일이라 엄청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집에 들이고 부모님이 오실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생각에는 그 친구 집에 개를 키운다는 걸 알고 사람이 없을때 일부러 두고 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일단은 밥이랑 물을 주니 잘먹고 성견이 아닌 6개월 안팎의 강아지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오신 다음에 강아지를 어떻게 할까 상의를 했지만, 강아지를 또 키우는건 어려울 것 같고 주변에 개를 키울만한 분이 안계셔서 보호소에 연락을 하셨다고 합니다.
 
일부 보호소에서는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보호소에서 최소 10일에서 최대 20일 안에 가족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워낙 당황스런 일이라 안락사 생각을 못하고 있던 동생이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보호소를 알아봤는데, 발견된 장소가 관할 구역이 아니라 못데려간다고 하더라고요. 버리진 것도 가슴 아픈데 발견된 장소에 따라 유기견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니....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보호소 직원이 근처에 있었는지 금방 와서 데려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유기동물들이 많은 곳에서 늦게까지 신고 되는 듯 했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그래도 이건 아닌데, 그래도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야....
휴... 그래도 그렇게 버리는게 어디 있습니까..;;;;  그 집 문고리에 개를 묶어 두고 가실 때는 그저 다른 집에 우리 개를 맡기는 거야.. 하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그건 그냥 유기잖아요.. 
 
동생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 강아지의 경우 주인이 버린거라 새로운 가족을 찾아야 하는데, 보호 기간이 짧으니 분명 안좋은 일을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또 데려다 키울 형편도 안되니....

그리고 다음 날, 동생에게서 기분 좋은 전화를 한 통 받게 됐습니다. 동생 친구의 아버님께서 식당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식당 마당이 좀 있으니 거기서 키우겠다고 데려오라고 하셨다네요. 아버님이랑 친구분이 직접 보호소에서 가셔서 데리고 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싶더라구요..^^ 그대로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하면 낯선 곳에서 쓸쓸히 전에 가족을 생각하며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을 텐데, 바로 새 가족을 찾게 되었으니 말이죠.

사람이 개를 좋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개는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사람들은 끝까지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개들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키우고 버리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휴가철에는 개가 집에 찾아 오지 못하게 휴가지에서 버리고 오는 일들도 많이 있다고 하니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휴가철이지만 개들에게는 생사가 갈리는 기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개들의 수명이 짧게는 13년에서 길게는 20년이 넘습니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시고, 정말 평생 함께 할 수 있을때..!!! 키우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의 경우 정말 운이 좋아 새로운 가족을 만나거지, 유기되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길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당하고, 심지어 재수가 없으면 맞아 죽는 경우까지.... 그러면 안돼잖아요...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은 어제 동생이 보내 준 최근 모습니다.

 


겁이 많아 새로 가족이 된 주인분께 찰싹~! 달라붙어 말도 잘 듣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